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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독서 감상 <대망> 1부

동식 2014. 9. 29. 20:00

<대망> 1부 도쿠가와 이에야스편(1~12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1950-1967) / 박재희 등 8명 옮김(2005, 동서문화사)


얼마전에 대망 1부, 즉 1권부터 12권까지를 모두 읽었습니다.

대망 1부는 일본의 전국시대 장수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도쿠가와 이에야스 한사람의 인생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장수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루기 때문에 내용이 더 깊이있고 재미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비극적이고 잔혹한 분위기를 야마오카 소하치의 부드러운 필체로 담아낸 명작입니다.


줄거리

소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나기 2년 전(1541년)부터 죽은 직후(1616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이 극도의 혼란속에 빠져있었던 전국시대입니다.

1467년에 일본의 지배층인 교토의 쇼군 가문이 가문내 내전을 일으켜 막대한 군사력을 소모하면서 일본의 다른 지역에 대한 군사적인 통제력을 잃어버립니다. 이 상황을 주시하던 일본의 몇몇 지방 영주들은 주변의 약한 영주를 공격해 가문을 멸망시키고 영지를 빼앗는 폭거를 행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쇼군 막부(정부)의 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군사력이 약한 영주 가문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영주 가문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아서 하루아침에 가문이 멸망합니다. 그리고 멸망한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살해당하고 여자들은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 전국시대의 한복판에 있는 마쓰다이라 가문에서 태어납니다. 마쓰다이라 가문은 영지의 단위라고 할수있는 성을 오카자키성 하나밖에 가지지 못한 약소 가문입니다. 게다가 주변에 십여개의 성을 가진 강력한 가문인 오다 가문과 이마가와 가문이 있어서 그 가운데에 낀 오카자키 성은 양쪽 모두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입니다.

오다 가문과 이마가와 가문은 오랜 숙적 관계인데 그 사이에 있는 마쓰다이라 가문에게 어느 편에 따를지 정할것을 강요합니다. 결국 마쓰다이라 가문은 이미가와 가문을 따르기로 결정하고 이마가와 가문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가문의 하나뿐인 후계자인 어린 이에야스를 이미가와 가문에 인질로 보냅니다.

오랜 인질생활을 하던중에 성인식을 올리고 오카자키 성에 잠시 방문한 이에야스는 오카자키성에서 마쓰다이라 가문의 가신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상황을 보고 놀랍니다.

당시에 오카자키 성에는 이마가와 가문의 가신들이 조언자를 가장한 감시자로 와 있었는데 성 안에 살고있던 마쓰다이라 가문의 가신들을 성 밖으로 모두 내쫒아서 가문의 중신들조차 성 밖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또 녹봉(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가신들은 성 안의 일을 하면서 틈틈히 밭을 일구고 옷 2벌로 1년을 지내는 등 농민보다도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마가와의 가신들은 마쓰다이라 가신들의 아내와 딸을 노골적으로 희롱하고 심지어 강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비참한 생활속에서도 마쓰다이라 가문의 가신들은 오직 '주군(이에야스)이 돌아오실 때까지 오카자키 성을 지켜야 한다.'라는 충성심만으로 이에야스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모든것을 인내하고 있었습니다.

이에야스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에야스는 이 모든 지옥도가 전국시대의 정치적 혼란에서 오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전국시대를 끝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이후에 이마가와 요시모토와 오다 노부나가의 결전이 벌어지고, 이 전투가 오다 노부나가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마가와 가문은 몰락합니다. 반대로 오다 가문은 떠오르는 해처럼 엄청난 기세로 주변국을 정복하면서 마침내 전국통일을 목표로 삼게 됩니다. 이에야스 역시 오다 노부나가의 큰 뜻에 동의하여 동맹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협력합니다.

어느날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와 함께 참전하다가 오다 가문의 가신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당시 기노시타 도키치로)를 만납니다. 이때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비범함에 주목합니다.

이후에 노부나가는 전국통일을 눈앞에 두게 되지만 갑작스럽게 가신인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암살당합니다. 그러자 히데요시는 자신이 노부나가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전국은 새로운 흐름으로 접어듭니다.


감상

제 개인적으로는 인생 최고의 소설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12권의 소설을 읽는것 만으로도 인생의 모든 지혜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행복,분노,절망,사랑,인내 등 거의 모든 본모습을 볼수 있고 이것을 표현하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예술적인 필력으로 불후의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나서 "이 책을 5년만 일찍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말하는걸 들으면 그건 너무 과장하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책 한권으로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저는 그 말이 진심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저와 읽은 후의 저는 확실하게 다른 사람입니다.

이런 수준의 문학이 존재할수 있다는걸 알게 된것에 감사할 정도입니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질때나 현재가 괴롭다고 느껴질때 읽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수 있는 책입니다.

내용이 약간 어렵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성인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제가 읽으면서 소름이 수없이 돋았던 책인만큼 절대 후회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또 이 책은 명언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인상적인 구절이 많습니다. 나중에 이 책의 명언을 정리해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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