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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메인보드 공장 후기

동식 2015. 3. 16. 18:00

5개월동안 메인보드 공장에서 했던 일을 정리해본다.

근무시간, 휴식시간
출근 08:30~ 퇴근 20:30 - 12시간
오전 휴식시간 11:00~11:10 - 10분
점심시간 12:30~13:20 - 50분
오후 휴식시간 16:00~16:10 - 10분
저녁시간 18:00~18:30 - 30분

야간조 근무때는 낮과 밤을 바꾸면 된다. 월급 명세서에는 주간조 때는 하루 10.5시간 근무로 기재되고 야간조때는 11시간 근무로 기재된다.


업무내용
1. 기계 세팅 바꾸기 - 하나의 모델을 찍다가 다른 모델로 바꿀때 기계의 세팅상태를 모두 일일히 바꿔줘야 한다.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작업이다. 익숙해지면 조금은 빨라지지만 그래도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다.

2. 자재 채우기 - 자재 걸기라고도 표현한다. 메인보드에 들어가는 LED 램프나 각종 칩등의 부품을 기계에 넣는 작업이다. 한번 채우면 8시간 넘게 가는 자재도 있고 30분마다 채워줘야 되는 자재도 있다. 업무 자체는 쉬운 편이지만 모델에 들어가는 자재수가 50개가 넘으면 이것도 꽤 귀찮다.

3. 매거진 맞추기 - 위의 1번과 마찬가지로 모델이 바뀌면 메인보드를 넣는 매거진(상자)을 모두 다시 맞춰야 한다. 보통 일단 몇개만 맞춰두고 생산 도중에 틈틈히 계속 맞춘다.

4. PCB 채우기 - PCB는 메인보드로 만들어지기 전의 플라스틱 판인데 이걸 매거진에 채워서 로더라는 기계에 넣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1장씩 가져가서 부품 작업을 한다. 이것도 5~10분마다 틈틈히 매거진에 PCB를 채워줘야 한다.

5. 문제 생기면 해결하기 - 공장에 모든 일중에 가장 짜증나는 일이다. 문제야 해결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보통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이 기계 자체가 노후되어서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고 기껏 해결해 놓으면 5분~1시간 안에 비슷한 문제가 계속 생긴다. 마치 어릴때 빵공장 게임에서 빵 훔치는 너구리를 잡아도 잡아도 어디선가 계속 생겨서 오는것과 비슷하다. 해결이 비교적 쉬운 문제라면 다행이지만 해결에 최소 5분이상 걸리는 문제가 10분 간격으로 계속 생기면 멘붕이 온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식으로 생산이 계속 멈춰서 생산량이 부족해지면 나중에 관리자가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구박한다(...). 퇴사 충동을 일으키는 원인중 1위. 보통 문제가 자주 생기는 기계가 정해져 있어서 사람들이 모두 그 라인을 기피한다.


업무환경
소음 - 일단 소음은 꽤 심한편이라고 볼수있다. 귀가 멀 정도는 아니지만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이 꽤 커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려면 2미터 이내로 다가가야 된다. 대부분의 공장과 비슷하거나 약간 큰편이다. 서비스업과는 비교할수 없다. 오후 5시 마트의 소음도 공장 소음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냄새 - 납 냄새가 좀 난다. 특히 납땜에 열을 가하는 가열기 근처에서 많이 난다. 물론 회사에서도 그걸 알아서 가열기 하나마다 천장까지 바로 연결되는 환풍기가 달려있다. 그래도 가열기 근처에 오래 있으면 특유의 납 냄새를 느낄수 있다. 건강에는 분명 좋지 않을 것이다.

위험도 - 딱히 위험한 작업은 없다. 하지만 안전교육에서 여러번 들었던 사항으로 무언가를 확인할때 기계안에 머리를 넣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기계에 안전센서가 있긴 하지만 기계안에 머리를 넣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계가 움직여버리면 중상을 입을수도 있다고 했다. 무서운 이야기지만 사실 공장에서 이 정도 위험은 보통이다.

휴식공간 - 이 공장에는 휴식공간이 마땅치가 않다. 전에 다니던 공장에서는 그래도 창고 하나에 의자를 몇개 넣어주고 휴게실로 쓰게 했는데 이 공장은 휴게실이라는 곳 자체가 없다. 그래서 건물밖에 담배피우는 공간을 휴게실이라고 부른다. 밥먹고 잠을 자려면 공장 안에 들어가서 군데군데에 있는 검사자용 책상에서 엎드려서 자야된다. 기계의 소음 때문에 잠이 잘 안온다.


급여
월급은 정확하게 급여표에 따라서 시간으로 계산된다. 급여표는 다음과 같다.
1. 주간 평일 : (기본시급 X 8) + (특근1.5배 X 2.5) = 총 시간 10.5시간
2. 주간 주말(토,일) : 특근1.5배 X 10.5
3. 야간 평일 : (기본시급 X 8) + (특근1.5배 X 3) + (야간0.5배 X 7) = 야간에는 총 시간이 11시간이고 22:00~05:00에는 야간수당이 붙는다. 야간수당은 시급의 0.5배다.
4. 야간 주말 : (특근1.5배 X 11) + (야간0.5배 X 7)

그리고 일요일에는 (기본시급 X 8)이 추가로 붙는다. 이건 주휴수당이라고 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면 일요일에는 무조건 기본일당을 받을수 있는 제도다.

또 상여금이라고 해서 일정액을 추가로 주는 것도 있다. 이건 회사마다 금액이 조금씩 다른데 이곳은 월 35만원 정도 된다.

이런식으로 받다보면 한달에 2일 쉰 달은 실수령이 250만원 정도 나오고  한가해서 한달에 8일 쉰 달은 200만원 정도 나온다.

공장은 1년내내 바쁜 공장은 좋은 공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감이 들쑥날쑥하다. 그래서 한가한 시기에 들어가면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일을 조금밖에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바쁜 시기에 들어가면 좀 쉬고 싶어도 한달에 무조건 2일밖에 못쉬는 경우도 있다.


총평
공장은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일자리이다. 초봉부터 월급이 많고 기숙사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12시간 주야 교대근무가 몸에 상당히 무리를 주고 근무환경도 직장중에서는 나쁜편에 속한다.

전체적으로 볼때, 돈이 급하면 추천하지만 돈이 그리 급하지 않다면 천천히 다른 직장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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