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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파트 보안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아파트 경비원이다. 일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간단한 후기를 남겨본다.

직업: 아파트 보안대원

근무시간: 24시간 맞교대(격일근무)
24시간 맞교대는 하루는 낮과 밤을 모두 일하고 다음날은 완전히 쉬는 방식이다. 일하는 날은 아침 7시 40분까지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7시 45분에 퇴근한다. 인수인계에 시간이 거의 안 걸리기 때문에 퇴근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칼퇴근이다.

휴일: 휴일은 따로 없다. 단 격일근무이기 때문에 한달에 15일만 일한다. 추석같은 명절도 따로 휴가는 없다.

급여: 세금등을 제하고 한달에 160만원 정도 받는다. 명절이나 여름휴가 때는 5만원~10만원 정도 보너스가 나오기도 한다.

근무인원: 3명
3명이 한조로 일한다. 총 2개조가 있으니까 경비원 인원은 총 6명이다.

근무지역: 보안실, 정문부스
근무지역은 보안실과 정문부스 총 2곳이 있다.

근무내용
보안실: 경비원이 가장 많은 시간동안 머무는 집과 같은 곳이다. 정문 근처에 따로 지어져 있는 작은 건물이다.

이곳에서 CCTV로 아파트를 관찰한다. 커다란 모니터에 화면분할 방식으로 100개 이상의 카메라가 표시된다. 사각이 전혀 없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보는 요령만 좀 있으면 아파트 안의 대부분의 상황을 파악할수 있다.

택배 관리도 한다. 기본적으로 택배기사가 아파트를 한바퀴 돌고나서 부재중인 집의 택배를 보안실로 가져온다. 보안실 앞에 택배보관함이 있어서 택배기사가 거기에 택배를 넣고 택배장부를 작성한다. 그리고 나(경비원)에게 어떤 집의 택배를 넣었는지 불러주면 내가 택배일지에 기록한다. 택배를 찾으러 올때는 주민이 직접 보안실로 와서 찾아간다. 그러면 내가 택배장부와 택배일지에 체크만 해주면 된다. 저녁까지 안 찾아간 택배는 저녁 7시에 보안실에서 일괄적으로 해당 세대에 전화를 해서 알려준다.

그 밖에 비상출동이라는 것이 있다. 각 세대 안에 안방에 비상스위치라는 빨간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이 눌러지면 보안실로 시끄럽게 경보가 울린다. 이 경보를 끄려면 해제키를 가지고 해당 세대에 직접 방문해야 된다. 경보가 상당히 시끄러워서 당장 달려가게 된다.


정문부스: 정문 출입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공간이다. 공중전화 부스보다 조금 크다. 이곳에 앉아서 들어오는 차를 확인하고 차단바를 열어서 통과시켜준다.

차단바 앞에 차 번호 스캐너가 있어서 주민의 차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바가 열린다. 바가 자동으로 안 열리는 외부 차량만 방문목적을 물어보고 열어주면 된다. 이것저것 할일이 많은 보안실과 다르게 여기서는 차량확인 업무 하나만 한다.


평가
일단 일은 매우 쉽다. 공장과 비교하면 노동량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월급은 160만원으로 약간 적은 편이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많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쉬는날에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하고싶은 일을 거의 다 할수있다. 공장처럼 삶이 피폐해지는 현상이 없고 왠만한 공무원 수준의 삶의 여유를 즐길수 있다.

단, 업무강도는 아파트마다 차이가 크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아파트처럼 경비회사와 파견계약을 맺은 아파트는 주로 보안팀, 환경미화팀, 시설관리팀이 구분되어 있어서 업무가 체계적이고 쉬운 편이다. 그런데 경비회사가 아닌 자체적으로 경비원을 고용하는 아파트는 경비원이 청소와 시설관리까지 모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파트의 평수도 업무강도에 약간의 영향을 주는것 같다. 특히 주민들의 태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아파트는 평균 평수가 50평이고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주민들이 매우 점잖고 친절하다. 내가 인사를 하면 인사를 잘 받아주는건 물론이고, 옆에 자신의 아이가 있으면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말해서 아이가 "안녕하쩨요~"라고 인사하는 경우도 많다. 또 종종 과일이나 커피를 들고와서 먹으라고 경비실에 주고가기도 한다. 물론 다 그렇다고 단정할수는 없지만, 만약 아파트 경비로 일할거면 가능하면 평수가 큰 아파트에서 일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직업이다. 경비원은 쉽게 도전할수 있으면서도 삶의 질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몇 안되는 직업인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천천히 영어공부를 더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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