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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을 준비하면서 아파트 경비원 일을 그만뒀다.

전에 이 일을 시작했을때 후기를 한번 썼던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일을 그만두면서 느낀점을 써보려고 한다.

먼저 급여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서 올해부터 월 195만원으로 인상됐다. 세금등을 제하고 나면 월 177만원 정도 받는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때 상당히 편한 일이라고 느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일은 비슷한 급여를 받는 다른 일들에 비하면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내가 나중에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편한 일은 찾을수 없을 것이다.

이 일은 근무시간의 절반 정도(50%)를 보안실에서 대기하면서 보낸다. 컴퓨터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놀고 있다가 택배를 맡기러 오면 장부에 적고, 택배를 찾으러 오면 장부에서 지우면 된다. 편하다 못해서 지루할 정도다.

근무시간의 10% 정도는 순찰을 돈다. 이 아파트는 녹지가 굉장히 많아서 순찰을 도는게 마치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한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아파트 화단에 꽃이 핀다.

또 다른 10%는 부스근무를 한다. 이것도 어찌보면 보안실 근무보다 더 편하다고도 할수있다. 대부분의 차는 주민이거나 등록된 외부차량이라서 그냥 통과한다. 등록이 안된 외부차량은 1시간에 3대~10대 정도 오는데 그때만 장부에 적으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논다.

나머지 30%의 시간동안은 잠을 잔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낮잠 시간이 있다. 밥을 먹고 한창 졸음이 올 때쯤에 2시간정도 침대에서 편하게 잘수있다. 밤에는 한사람마다 6시간 정도 잘수있다.

위와 같은 과정이 대부분의 근무일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작업이다. 작업은 평일에만 실시되는데 한번 작업 지원을 가면 최소 1시간에서 길면 6시간 이상 꼼짝없이 밖에서 일을 해야한다.

내가 그만둘 무렵에는 조경 작업 지원을 많이 갔었다. 원래 아파트내 나무 관리는 조경업체에 외주를 줘서 했었다. 그런데 동대표 회장이 그냥 관리실에서 해도 되지 않겠냐고 주장해서 올해부터는 관리실에서 조경작업을 한다. 관리실에서 작업을 시작하면 보안실인 우리도 도우러 가야된다.

전기톱으로 나무를 손질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 자체가 상당히 힘든데다가 조경작업은 여름내내 여러번 해야된다. 게다가 여름에는 물주기 작업이라고 해서 소방호수로 아파트내 나무에 물을 주는 작업도 있다.

작업만 없으면 정말 신의 직장이지만 작업이라는 변수 때문에 근무 난이도가 꽤 높아졌다. 그래도 난 아직도 공장같은 힘든 직업에 비하면 5배는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1년 정도 일했기 때문에 원래는 그만둘때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초에 경비원 용역업체가 교체되면서 모든 경비원이 재계약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나는 퇴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경비팀장이 대신 위로해줬다.

그래도 난 이 직장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1년 전에 내가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공장일을 오래 하면서 심신이 상당히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영어공부도 많이 할수 있었다. 결국 내가 원하던대로 호주에도 도전할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

1년 후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비일은 상당히 할만하다고 결론내리고 싶다. 단, 아파트마다 근무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들어가야 한다. 어떤 아파트는 모든 경비원이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경비일도 그만두고 백수로 돌아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호주로 갈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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